지금은 딱히 고통 중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겨운 시간이 계속되다보니 그 시간 자체에 적응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닥 글쓰기에 좋은 상태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뭐랄까? 쓰기를 위한 일종의 열정 - 힘이 안 느껴져서겠다. 그도 그럴 것이, 고통의 그 순간은 무언가 새로운 감의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 새로운 감만 그대로 묘사하면 되는 거잖아.

러시아 Suzdal에서.
공산주의 이미지가 여기저기 스며있는 모스크바와는 정반대로,
이 이쁘장한 시골에서는 저런 모습으로 대낮에 퍼자는게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번 여행의 비용은 선물 비용 빼놓으면 대강 750만원 정도 나온 듯. 일정에 비해 많이 나온 감이 없잖아 있는데 이유를 대자면,
먼저, 짧은 준비기간 - 출발 전 20일전 경에야 본 여행을 이루기로 맘먹었다는 것. 따라서 왕복 비행기 값이 상당히 비쌌다는 거다. 값싼 항공사로 소문난 러시아 항공임에도 157만원이었으니. 하지만 Stop over로 Moscow, Suzdal에 체류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위안이 된다. 하지만 이뿐이 아니라, 그 비싼 London에서 Edinburgh까지의 기차표, Edinburgh(영국)에서 Paris(프랑스)까지의 항공편, Barcelona(스페인)에서 Istanbul(터키)까지의 항공편 모두가 빨리 예약할 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시스템이라, 사실 상 Eurail Pass를 제외하고는 교통편 모두에서 할인 혜택이 없었다는거.
둘째로, 학생 할인이 없었다는 것이 큰데, 교통편, 숙박, 각종 박물관 입장권 모두에서 학생에 비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뜻. 가만 생각해보니 이걸 쓰고 있는 나도 좀 웃기네. 졸업한게 거반 10여년 되어가는데 이를 불평하고 있는 꼴이 되잖아.
위와 같은 사항을 고려하자면, 사실 위 비용은 그닥 많이 나온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인데, 이번 여행 내내 야무지게 비용 줄이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숙박은 모조리 남녀 혼용 Hostel에 식사는,,, 훔... 나이먹고 이 지랄을 또 떨었다 생각하니 쫌 거시기하다. 사실, 홀로 여행에 숙박과 식사에 돈들이는거 아까운건 너무도 당연한 거잖아! 아마 비용 절감보다는 이 사실이 더 큰 이유이겠네.

Amsterdam의 Hostel 정원에서 식후 땡을 즐기면서.
이 Hostel은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물 바로 옆에는 정육점 불빛이 쫙 펼쳐져 있다. 맞다. 여기가 바로 de wallen, 그 유명한 홍등가(red light district)이다.
 

유럽 배낭 여행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기차게 꿈꿔왔던 것이니 이제라도 다녀온 것은 잘한 일인건 분명하다. 그럼 그 여행을 다녀와 남은게 무엇인가,, 란 뻔한 질문을 내게 던지자면, 뭐 별로 답하기가 싫다. 걍 뻔한 대답만 나올거 같다. 그 흔한 질문이 사실 잘못된 질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 생각까지 떠오르는 마당이니. '이 여행이 내게 어떤 의미였던가'라 살짝 바꿔 질문한다면, '인생 turning point의 명시적 확인, 자아에 대한 믿음의 내재화'란 추상적이고도 거창하기 짝이없는 대답이 나온다. 아, 표현 좆같다. 그럼에도 이 말의 구체적 설명을 달기가 귀찮다. 나중에 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

정보 제공 측면의 것 하나 더 말하자면, 지지난 여름의 일본 여행에서와 마찬가지로 iPhone의 위력은 여기서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위치 추적의 지도(Google Map), 사진기, 환율 계산, 가계부, 전화(Skype), 인터넷(여행지 정보 습득) 등, 이들 장기 여행 중의 중요 요소 하나하나 모두가 iPhone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다만 아쉽다면 일본여행에서처럼 실시간 twittering을 하지 못했다는 건데, 이는 어쩔 수 없다(그 많은 나라에서 3G망을 어떻게 사용하냐!).

지금의 힘겨운 시간이 한편으로는 고맙게 느껴진다. 여행 다녀온지 거반 4개월이 지나는 이 시점까지, 이를 정리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여력이란 반드시 고통 중에 나오는데, 생각해보니 지난 4개월은 고통없이 꿀빨던 시간이었단 뜻이 되겠구나. 난 그 꿀빨던 시간을 되찾길 무지도 기원, 염원, 고대하고 있다.

이즈음되면, 제목에 overture란 표현을 떼어내도 될까? 모르겠다. 왠지 다음 포스트 역시 본론으로 안들어갈 듯한 생각이 휘리릭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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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쨌건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