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보아왔지만 정작 한 소리 하려면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 표현력 부재를 절감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영화. 디스토피아, 황량함, 삭막함, 외로움 정도... 분명 내게 인상을 남기기는 했는데, 그 인상이 무엇인지 언어로 표현되지가 않는다. 얄닥구리. 재미있는 건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는 영화일수록 그 영화가 내게 미친 영향, 느낌을 표현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 아, 이래서 평론가들이 영화 분석에 들어가는 건가? 분석을 하고 나면 뿌연 그 무언가가 상당수 걷히겠지. 하지만 정서적으로 파고들어 오는 이러한 느낌들은 왠지 분석이 있고 난 후에는 죄다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80년대 전체를 통틀어 당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그 순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당시에 접한 것만 같았던 그런 얄닥구리한 느낌이 되살아난다. 그 느낌은 분명 디스토피아에 관계된 무엇이지만 딱히 이 블레이드 러너라고도 이야기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하는 다른 영화를 당시에 보았던 것도 아닌데. 이런 걸 가리켜 De javu라고 하는지. 본 영화로 인해 리들리 스콧 자신의 영화 인생을 포기할 뻔했던 정도로 흥행에 참패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당시의 타 영화 및 비슷한 매체에 그리 많은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을 터이다.

이 분명하지 못한 느낌을 자꾸만 이야기하려는 이유. 영화의 줄거리, 담겨진 사상과는 별도로 풍겨오는 특유의 정서만으로도 이 영화가 주는 인상이 그만큼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극적이라는 뜻도 아니다. 물에 적셔져 가는, 전체를 감싸 안아 서서히 파고드는 듯한 그런 느낌들. 그러한 느낌들 중 반 이상은 비주얼이 아닌 배경음악으로 인한 것이다. 단일 전자음을 통한 웅장 야릇함의 표현. 음악 감독의 이름은 반젤리스(Vangelis)라는 군.

BLADE RUNNER 2007 Opening TitlesBLADE RUNNER 2007 opening Titles
https://youtu.be/BWRY3hiIXcY?si=nMl1ZbihcY0XNCLV

그만큼이나 예술성을 강조한 탓에 참패를 당했지만, 이렇게 지속시청 가능한 영화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아래와 같은 회화적 샷도 장시간 덧붙여 보여준다. 그녀의 이름은 Sean Young. 알고 보니 에이스 벤츄라에 나왔던 그 싸가지 여반장이었다. 이 아름다운 여성이 그리 험악한 아줌마로 돌변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