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갑자기 병신같은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뭘 모른채 마냥 즐겁기만한 바보의 웃음말이다.
아니, 바보의 웃음만은 아니다. 그간 몸에다 애써 축척해왔던 '겸손'의 내공, 그리고 그 축척됨에 눌려 삐쳐내고 싶어도 감히 그럴 수 없었던 그 불만이 표출되는 순간의 느낌! 즉, '냉소' 또한 그 웃음의 일부가 되어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이 것도 그간의 억눌림에 대한 뿜어져나옴 - 일종의 자유감 - 이라고 표현한다.
뭐, 이정도면 그의 글을 읽은 후의 감상평.. 축에 충분히! 들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건간에 그 당시 나는 윗글에서 묘사한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만큼이나 느꼈으니 말이다.
이틀간 몸살을 앓은 후, 간만에 시내에 나갔다가 책을 두 권 샀다. 하나는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I
앞의 것은 내 삘이 가는대로, 내 좆대로 읽어댈 책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체계적으로 읽어낼 책이라는 것이다. 뭔가가 이상하다. 뭔가 뒤바뀐 꼴이다. 뭔가 웃기는 꼴이다.
어찌하여 내 인생의 핵심을 다루는 책은 멋대로, 막 읽을 의도로 사는 것이고, 단지 밥벌이용에 불과한 기능성 서적은 체계적으로 공부하려고 사는 것일까? 분명 꼬여있어도 한참이나 꼬여있는 선택을 위한 뭐시기이다.
여하간 이게 내 꼬락서니이다. 분명, 지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