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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알고리즘

Category
예술/인문 소감
Tags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Walter Isaacson
Created time
2023/09/23
일론 머스크 자서전을 읽다가 두고두고 생각해볼 부분이 보여 적어둔다. 대강 2/3 정도 읽었는데, 스티브 잡스와 유사한 느낌으로 ‘똘끼 넘치는 소시오패스적 천재’ 정도의 인물로 그려냈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도 그랬던 기억인데, 여기서도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은 에피소드 또는 타인의 말을 통한 간접 묘사로 그를 드러낸다. 이로 인한지는 몰라도, 머스크에 대한 ‘공’보다는 ‘과’, 특히 성격적 결함이 상당히 드러난 느낌이라 그의 묘사에 신뢰가 간다. 그래봤자 워낙 머스크의 공이 크고 많아 이들 ‘과’는 한방에 가려지는 건 예상하기 어려운 함정.
테슬라 주식에 내 돈이 상당히 들어간 상황이라, 게다가 이 투자는 상당 부분 그에 대한 ‘정성적, 주관적’인 ‘믿음’에 근거하기에, 반 즈음은 농담삼아 그를 ‘교주님’이라 칭하고 있다. 보통 ‘교주님'이라 칭하면 존경하고 따를 인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겠지만, 최소한 ‘인격적’인 측면에선 그럴 만한 사람은 아닌 듯. 무엇보다도 ‘울트라 하드코어’를 강조하며 ‘워라벨’을 개무시하는 그의 경영 방침이나, 거의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를 보는 듯한 그의 대인 태도를 보자면 말이다(책에선 그가 앓는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원인을 돌린다. 참고로 그는 해고 협박을 입에 달고 산다).
아래의 자서전 일부는 소위 ‘머스크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이다. 이 같은 추상물에 대한 서술은 에피소드 중심인 본 자서전에서 본 적이 없다(적어도 2/3 부분까지는). 그만큼 저자가 나름 맘먹고 쓴, 강조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도 듣자마자(요즘은 책을 주로 읽지 않고 듣는다…) 생각해볼 여지가 크다고 느꼈다. 굳이 여기 이렇게 적을 만큼.
테슬라에서든 스페이스X에서든 머스크가 주도하는 생산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그가 주문처럼 되풀이해 읊조리는 ‘알고리즘’이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의 알고리즘, 즉 제반 문제 해결의 절차 및 방법은 네바다와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량을 급격히 증대하는 과정에서 그가 얻은 교훈에 따라 형성된 것이었다. 그의 중역들은 때때로 마치 신부를 따라 기도문을 읊조리듯 입술을 움직여 그 계명들을 입에 담는다. 머스크는 말한다. “내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이것만큼은 짜증날 정도로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머스크 알고리즘에는 다서 가지 계명이 있다.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요구사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나와야 한다. 법무당국이나 안전당국과 같은 부서에서 나온 요구사항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요구사항을 만든 실제 인물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요구사항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 가장 위험하다. 나의 요구사항에도 항상 의문을 제기하라. 그런 후 그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어라.
2.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제거하라. 나중에 다시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 10퍼센트 이상 다시 추가하지 않게 된다면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3.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이는 2단계 이후에 수행해야 할 과정이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4.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어떤 프로세스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앞의 세 단계를 수행한 이후에 수행해야 한다. 테슬라 공장에서 나는 특정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후에야 비로소 애초에 제거했어야 했던 것임을 깨닫는 실수를 저질렀다.
5.
자동화하라. 이는 마지막 단계에 해야 할 작업이다. 네바다와 프리몬트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품과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이 알고리즘은 때로 몇 가지 부수 사항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모든 기술 관리자는 실무 경험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팀 관리자는 업무 시간의 20퍼센트 이상을 코딩에 할애해야 하고, 태양광 지붕 관리자는 일정 시간 이상 지붕에 올라가 설치 작업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타지 못하는 기병대장이나 칼을 쓸 줄 모르는 장군과 같아진다.
동지애는 위험하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동료를 내다 버리고 싶지 않은 성향도 형성된다. 이는 경계하고 피해야 할 사항이다.
틀려도 괜찮다. 다만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팀원에게 부탁하지 마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영진을 만나려 하지 마라. 경영진 바로 아래 직급의 간부 또는 당신의 두 직급 위 관리자부터 만나서 해결책을 강구하라.
직원을 채용할 때는 올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를 바꾸려면 뇌 이식이 필요하다.
광적인 긴박감이 우리의 운영원칙이다.
유일한 규칙은 물리 법칙에 따른 것들뿐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권장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