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꽤 오래 전부터 정치 평론 시 상시 인용하기에 관심을 두게 된 책이다. 정치란 게 인간의 고차원적 행위로 여겨지는 일반적 인식을 고려했을 때 침팬지가 이를 행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도 했지만, 진화론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다. 인간 정치적 행동의 원형을 제공할 것이란 점이 기대 포인트. 상시로 마주치기 마련인 인간의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과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말이다.
아래는 독후감이라기보다는 의미있게 다가온 구절과 이에 연상된 생각의 나열이다. 책의 구절 또는 이에 대한 패러프레이징이 이텔릭체이고, 연상된 내 생각 또는 기술은 정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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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도 정치한다. 따라서 정치는 인간보다 오래되었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정치를 한다(침팬지가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 조상과 유사 또는 동일 행태를 보인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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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추구’에서 발현된 ‘정치’는 인간보다 오랜 본성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회 내 다이나믹에 영향을 미친다. 즉, 즉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정치적 의도 및 정치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에 관계 없이 정치는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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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사회에서도 은폐, 고자질, 거래, 협상, 연합, 이간질, 포섭 등 온갖 마키아벨리적 정치 술수가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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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에게 섹스 결정권은 암컷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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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개입 시 대부분의 침팬지는 친밀도(공감)가 높은 쪽을 편들었다. 딱 두 마리, 이에룬과 라윗만 빼고. 1인자였던 이들 둘은 자신의 권력 증대에 도움이 되는 쪽을 편들었다. 이는 자신들의 지도력이 확고하지 못했던 기간에 도드라졌다. 한편 암컷이나 새끼는 공감에 치우친 개입을 보여주었다. 즉, 한쪽은 보살핌과 개인적 약속을 중시한다면 다른 한쪽은 전략적이며 지위 상승에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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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개인적 취향은 수컷의 서열과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서열의 규칙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것은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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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수컷이 더 호전적임과 동시에 수직적 관계를 지향하고 암컷은 상대적으로 수평적, 평화를 지향한다. 근데 이는 성별의 차이가 아닌 힘의 차이, 즉 강자와 약자의 특성에 기인한게 아닌가 싶다. 만일 단일 성별로 구성된 사회, 그리고 그러한 구성이 오랜 시간을 거칠 경우, 암수가 함께하는 사회에서 보이는 암수 특성이 발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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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서열 확인 수단이다. 침팬지는 상급자에게 소위 문안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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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사회에서는 1인자는 있어도 절대 권력자는 없다. 1인자 조차도 나머지 2, 3인자에게 쫓기거나 ‘요청’을 한다. 1인자를 유지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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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분명하게도, 다수의 수컷 침팬지들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심지어 중상을 입을 위험마저 무릅쓴다 - 제인 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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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추구 자체는 천성적인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이것 역시 유전되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들을 가리켜서 ‘정치적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침팬지에게 이 말을 적용시켜서는 안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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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 마우크 뮐더(Mauk Mulder)는 ‘인간은 권력을 행사 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며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권력’이라는 단어의 주변에는 일종의 터부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예컨데 정치인들은 …권력을 향한 개인적 야망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애쓴다. 그러한 야망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구나 똑같은 게임을 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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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아 마땅한 마키아벨리의 실감나는 분석은 종종 정치적 음모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한 것으로 오해받았다 …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둘러싼 동기를 부정하거나 은폐하려는 태도를 최초로 거부한 사람이었다. 기존의 집단적 허위에 대한 폭로는 호의적으로 발아들여지지 못했다. 도리어 인간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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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욕으로 간주된 이유는 두말할 나위없이 카톨릭, 아니 크리스트교의 도그마, 그리고 이를 교묘히 이용한 이들의 위선 때문이겠다. 이미 한참이나 오래전에 실체가 드러난 이 위선과 도그마는 울나라에선 주류의 그것인 점에서 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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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자신의 동기를 숨기려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동기가 자신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한 행동의 목적을 나중에야 발견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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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모든 자연 개체는 이기적임을 고려했을 때 도덕, 윤리, 법체계란 것은, 집단 생존이 목적으로 하는 협력과 이타성에 기반한 자연선택의 결과물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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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는 그 자체로 본래적 또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이타주의가 이기주의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환영받는 이유는, 환영하는 주체가 ‘기’가 아닌 ‘타’이거니와 이게 장기적 관점에서 ‘기’ 뿐 아니라 ‘타’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겠고. 게임이론의 반복적 죄수 딜레마 상황에서 TFT(Tit-for-Tat), 즉 전략적 이타주의가 (본 전략 선택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으로 알려지기도 했고(이 땜시 리차드 도킨스가 이 실험을 그리 극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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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치는 구성원 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면 무조건 발생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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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와 영향력의 불일치가 사회의 불안정을 유발하는 듯 하지만 영향력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엇이기에 불안정 자체는 어쩔 수 없을 듯. 결국 이들 둘의 불일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겠고, 소위 ‘임기 제한’이 현 사회 시스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치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