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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곡 : Hourglass(LTE) cover / 음악 교육에 대한 푸념

Category
음악인
Tags
Hourglass
Liquid Tension Experiment
LTE
교육
Created time
2014/04/16
먼저, 다음 파일은 아래 동영상의 악보.
hourglass - LTE.pdf
2846.5KB
원곡은 guitar + piano인데(최하단 동영상 참고), Piano Only 버전으로 편집한 악보이다. 나름 Youtube에 올라온 Piano Only 버전 여러 개를 뒤져봤는데, 곡 자체로만 따지자면 내 버전이 가장 훌륭한 듯. 다른 것들은 원곡의 여러 변주 부분, 특히나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Logic Pro로 위와 같은 악보를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핵심. 사실 Logic Pro 인터페이스가 워낙 훌륭해서리, 그리고 Logic Pro 커뮤니티나 free tutorial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음악 이론과 MIDI, DAW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어도 쉽게 만들 수 있다(자랑질이 핵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악보에 비해 연주 실력이 구린데, 사실 본 포스트에서 진짜 하고픈 말은 이거. 일단 연주 영상 먼저.
여담을 먼저 하자면, 위 영상은 아이폰5로 찍은건데 오디오를 따로 처리하지 않아서 음질이 구리다. 이 역시 보완 사항. 또 하나, 중간에 고양이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자룡이란 이름의 내 동생으로 '고양이 복막염'으로 인해 얼마 전에 별이 되었다. 7개월 밖에 안된 어린 놈이었는데... 해서 이 영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고픈 말로 넘어간다.
위 연주를 보면 중간에 맥이 딱딱 끊기고 끊임없이 악보를 보고 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로 연습량이 될 터인데 알고 보면 단순히 연습량 문제 만이 아니다. 사실 위 연주는 거반 반년을 연습한 결과이다. 참고로, 내 피아노 경력은 초등 시절 6년 전체, 그리고 20대 중반부터는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감을 잊지 않을 정도로는 이어왔으며, 작년 초부터는 아예 밴드 활동 중.
결론부터 말하자. 이는 연습량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 연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 연습한 이유는 처음에 잘못 배웠기 때문이다.
현재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듣기로는 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당시 피아노 교습 커리큘럼의 핵심은 주어진 악보를 얼마나 잘 따라 치느냐에 있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건반 note 식별과 악보 읽기. 그 다음 읽어낸 악보를 손가락으로 건반에 옮기기. 이후로는 악보의 난이도만 달라질 뿐 이외 달라지는 것은 사실 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음악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익혔다는 뜻. 나아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당시 배움의 핵심은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악보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음악 수용력이 현저히 딸리지.
그러다보니, 결코 적지 않은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응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주가 안된다는 뜻. 기타의 경우 코드 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제서야 코드 잡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코드 치는 주법에 대해서는 사실 상 아는 바가 전무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직도 콩나물 옮기기이다. 그러다보니 단순한 진행의 유행가 조차 악보없이는 치질 못한다. 악보 있어도 얼마간은 연습해야 가능하다. 애드립... 즉흥 연주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이게 단순히 나에게 한정적인 상황이 아닌게, 밴드에서 조차 오히려 전공자들(주로 피아노 전공한)이 일반 아마추어보다 곡 흐름을 못따라가거나 곡의 맛을 못내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는 것. 오히려 일반 아마추어(위와 같은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는 악보 옮기기가 아닌 음악 자체를 몸으로 익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침으로 인해(의도하건 안하건 간에) 나중 가서는 더 높은 응용력을 보이는 것이 아닐지. 그리고 이 자연스러운 과정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음악에 대한 열정의 씨앗이 된다. 반면 악보 옮기기는... 수없이 많던 피아노 원생들 대부분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학을 떼고 피아노 치기를 그만 둔다.
당장 Jordan Rudess는 그의 Online Tutorial에서 걸핏하면 여러 방법으로 마음대로 쳐보라고 권하고 있다. 악보 옮기기 따위는 없다.
눈물 겨운 것이... 악보 옮기기가 습관이 되다보니 몸으로 익히는 것이 나에게는 영 어색하다는 것. 그래서 요즘 피똥싸고 있는 중이란 게 이 글의 피날레.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