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각이, 하나의 관념이 내 머리를 떠돌고 있다.
이리저리 모든 상황에 끼어들어 결국에는 모든 것들을 그 관념에 들어맞도록 변화시키고 있다. 합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짓누른다. 점점더 주위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소원해진다. 계속 가다보면 어느새 그들은 적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간 이뤄왔던 그들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그들을 대하면서 느꼈던 호의적 감정은 점점더 사라진다. 그 관념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너뜨린다. 인간에 대한 모든 것들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니, 아주 잘 믿고 있다. 그 관념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실재의 것들이 아니라, 결국에는 내 머리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그것의 정체는 유령이라는 것을. 소위 maya라고 불리는 망령이라는 것을. 그 순간 나의 행동은 실재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홀린, 미친 짓거리라는 것을.
그 나의 믿음이 '진'정코 '진'실이라면, 결국 '책임'이라는 것도,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존재한다고 믿는 그 관념을 위한, 망령을 위한 또다른 파생물이 아닐까? '책임'에 담긴 주된 속성이 바로 '끊을 斷'이 아니던가. 이미 연결되어 끊기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끊고나서 나눈다니! 내것과 네것이라니!
여전히 'see'에 대한 믿음 또한 계속되고 있다. 지금 나는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일까, 혹은 나의 관념을 보고 있는 것일까?
여하간, 오늘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