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g Kronos 시리즈는 근간에 단종되어 후속 기종인 Nautilus가 나왔으나 알고보니 사실 상 다운그레이드 수준이라 걍 중고로 270만원에 대려왔다. 최근 중고 매매는 23년 3월로 220 ~ 250만원 수준에서 이루어졌는데, 물건도 잘 안나오고 휴가 중인 현 시점이 아니면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지라. 좀 비싸도 사실 상 새 물건이나 다름없는 수준에 정상 동작 여부를 내 집에서 전부 확인할 수 있었단 점에서 아쉬울 게 없다.
이전 주인은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이셨는데, 피아노만 치실 줄만 알았지 이 방면을 잘 몰라 서스테인 페달조차도 동작 못시켜봤다고. 사실 상 거의 쓰지 않으셨단다. 두어 시간 동안 함께 테스트했는데, 직접 페달쓰며 연주하시는 와중에 감격마저 하신다. 이젠 나이도 있고 해서 연주 안하시겠다가 막판엔 사용법 용이한 일렉피아노 추천해달라고까지.
키보드를 교체한 이유는 다양하다. (고양이 털이 스며들어 그런지) 종종 연주 도중 갑자기 pitch가 바뀌고, 어쿠스틱 악기의 음색이 무언가 어설프며, 무엇보다도 Kuzweil 제품의 고질적 문제인 사용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근간에 나오는 PC4나 K2700은 컬러 스크린으로 교체 등으로 그나마 조금은 나아진 듯 하지만 여전히 touch는 지원 안한다. 조막만한 스크린은 여전하고). 사용법은 공부로 해결 볼 수 있는 문제 아니냐 싶은데 이를 넘어선 수준. reverb 조절이나 metronome 등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건드리려 해도 UX 이슈로 쓸 때마다 매뉴얼을 뒤적여야 한다. 조악한 접근성은 사용에서의 효용 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 13년을 썼으니 그만하면 됐지 뭐.
사실, (Kronos를 제외한) 타 키보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심각하게 PC 기반의 Logic Pro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도 고려해서 dummy master keyboard도 알아보았다. 눈에 띈 제품은 Native Instrument사의 Kontrol S88이었는데, 구동 대상 가상 악기가 나 뿐만 아니라 mac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일 회사의 Kontakt이란 점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이 역시 포기했는데, 생각 외로 키감이 안좋고 최신 버전인 Mk-III는 12월이나 되어야 국내에 출시하는 것도 모자라 거의 2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이 주된 이유. 쓸 때마다 Kontakt을 켜야 한다거나, latency를 상시 걱정해야하는 건 오히려 부차적인 단점이었고.
Korg Kronos2를 고려했던 이유는 (당연스럽게도?) Jordan Rudess의 주력 기기이기 때문(PC3x 때도 그랬지만… 사실 다른 키보드는 Kuzweil K2700을 제외하고는 알아보지도 않았다). 뒤늦게야 알게 되었지만 (한 때 내 우상이던) Pet Shop Boys의 Chris Lowe나 Vangelis, Yanni, Derek Sherinian도 사용한다고.
세운상가에서 Kronos와 매우 유사한 Nautilus를 시연해보고 난 후에 마음을 굳혔는데, 일단 키감이 월등하다. Kontrol S88은 말할 것도 없고 꽤 괜찮았던 PC3x보다도. 대형 터치 스크린 덕에 처음으로 사용함에도 원하는 음색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는 점 역시 크게 작용한 부분(Natilus와 Kronos는 동일한 RH-3 Real Weighted Hammer Action을 사용하고, UX 구성 역시 유사하다. 오히려 큰 스크린은 Kronos의 장점). 음색의 경우 어쿠스틱 악기 위주로 보았는데 PC3x는 물론이고 집에서 쓰던 Kontakt의 그것보다도 나아보였다. 참고로 Nautilus는 중고도 없거니와(신품은 390만원…) 그나마 지금 한국에 풀린 물건은 Aftertouch를 지원 안해서 빠빠이.
모셔온지 이제 3일정도 되어가는데 매일 설래는 중. 3일 만에 (UX가 좋은 덕에) PC3x에서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사리 구축한 customization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PC3x에선 piano의 release time이나 lid position 설정은 꿈도 꾸지 못했던 무엇이다. 심지어 damper noise, resonance라니… PC3x의 피아노 음색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던데 그야말로 옛말이다. 그 가상 noise, resonance로 인해 “아… 이게 진짜 피아노 소리였지”라며 새삼 깨닫는 수준.